<Twilight Zone>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김민성, 김수호, 서인혜, 최지이, 허찬미)은 그동안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몸을 담아왔다. 부산, 구미, 대구,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우리들에게는 특별한 교차 지점이 없었다. 2019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는 같은 공간에 모여 여러 번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지어 나눠먹는다는 것, 공통의 장소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기본적인 신체적 조건을 같이 맞춰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보낸 장소는 어둠이 깊고, 빛이 긴 공간이었다. 우리는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어스름한 시간에 모두 깨어 있었다. 우리가 인지한 어둠과 빛은 서로를 향해 투과하고, 경계를 허물며 스며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둘러싼 공기와 온도, 낮과 밤 등을 함께 지켜보며 이러한 변화에 각기 반응하는 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복되는 어둠과 빛의 순환 속에서 각자의 신체성과 몸에 각인된 기억, 몸에 관한 관찰은 자유롭게 뒤섞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였다.
김민성 작가는 가볍고 부유하는 몸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어쩌면 부유하는 몸은 우리들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행선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거리를 좁히거나 넓히는 우리의 몸은 플라스틱처럼 투명하고, 때로는 날카로우며, 가볍다가도 한없이 무겁다.
김수호 작가는 우연히 길에서 발견한 죽은 새를 통해 상실과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 그의 몸을 둘러싼 죽음과 연관된 기억과 감정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얼마나 더 멀리 옮겨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한다.
서인혜 작가는 시골 할머니들의 주름진 피부를 감싸는 노동복을 관찰한다. 피부 표면에서 포착되는 다양한 무늬와 주름의 풍경, 그 이면에 내재된 여성의 노동과 신체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최지이 작가는 자신을 ‘피지올로구스 : 자연신비 탐구가’라 칭하고, 자연과 신 앞에 겸손해지는 몸에 대해 표현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몸에 매달려 바라본 세상의 단위들을 분할된 이미지들로 나열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또 다른 차원의 상상의 숲을 산책하도록 한다.
허찬미 작가는 자주 걷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스스로 바깥을 향해 걷는 주체적 걸음을 작업의 동기로 삼는다. 걸으며 마주한 풍경을 채집하고 몸이 지나온 흔적과 땅의 이미지를 지면 위에 풀어낸다.
이번 <Twilight Zone> 전시는 어둠과 밝음의 경계, 그 어디쯤에 서 있는 각자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전시를 진행함에 있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거리 좁히기’ 이었다. 서로의 몸과 몸 사이의 거리, 이곳과 저곳의 거리, 각자의 시간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기를 반복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임시공간이라는 장소는 ‘거리 좁히기’ 과정 중 어느 한 점으로 남게 되었다.
서인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