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Onsite









전시장에 들어선다. 입구의 열린 공간과 몇 개의 기둥이 특징인 갤러리 공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공간은 분명 조금 전 지나쳐온 도심 속 풍경과는 다른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설치되어 있는 전시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자연스레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에 순간 제동을 건다. 잠시 멈춤, 사고의 전환, 통찰과 사유가 교차하는 바로 이 장소. InSight OnSite. 전시라는 목적을 지닌 구체적 장소인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김수호, 나미나, 이시내는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서로 다른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InSight
작업을 하는 과정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면이다. 자극과 영감을 주는 대상은 외부의 것일지라도 그것을 작업으로 소화하여 결과물로 만드는 일은 내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어떤 감각, 직관, 이해, 통찰과 같은 내적 사유 활동이다. 김수호, 나미나, 이시내는 각자의 흥미를 끄는 장소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지각 이면의 현상 혹은 관계를 드러낸다.
 
김수호는 운명처럼 불가피하게 주어진 일차적 장소인 신체에 주목한다. 표면의 흔적과 자국들, 그리고 그 안에 배어 든 기억을 더듬는다. 아득해져 가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대상에 가까이 다가서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도 한다. 또한 신체는 항상 어떤 장소에 포함되어 있다. 장소는 행위가 벌어지는 무대이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하며, 특정한 기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김수호는 익숙한 풍경과 그 안에 혼재된 기억을 추적한다. 추적할수록 불명료해지는 기억을 가져와 천천히 곱씹듯 종이에 스며 넣는다.
 
나미나는 휴양지로 알려진 섬들을 직접 찾아가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영상 회화로 포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 미군 기지의 흔적을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품고 사는 필리핀 앙헬레스 시티를 담았다. 사건을 무심히 바라보았을 자연은 그대로인데, 분명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은 개인 각자의 기억으로 흩어진다. 나미나는 그 서사의 남겨진 흔적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 위에 은유의 시를 덧입히고, 포착된 장면의 한순간을 그림으로 옮긴다. 뒤덮여진 역사와 파편화된 개인의 이야기가 흩어진 장소에서 켜켜이 쌓인 시간의 단면을 들춰낸다.
 
이시내는 도시공간에서 발견되는 불편한 충돌과 부조화에 반응하여 그 대상에 조형적 미감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셋집에서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설치작업을 통해 타인의 흔적과 개인의 취향 사이의 충돌을 시각화한다. 소유하기 이전에는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특정한 주거조건 아래, 타인의 취향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관객 참여형 설치로 소통을 시도한다. 취향을 살펴보는 작가적 시선은 자본 논리에 따라 개인의 취향마저 포기해야 하는 주거환경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OnSite
한 개인의 직관, 관찰, 사유에 의해 만들어진 작업의 결과물은 궁극적으로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장소 안에서 보여지길 원한다. ‘신한갤러리 역삼이라는 특정한 장소는 작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알 수 없었던 미래의 공간이지만 전시를 매개로 작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또한 각 작가의 서로 다른 장소인, 김수호의 몸, 나미나의 섬, 이시내의 집은 전시 기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한 공간 안에서 만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촉발된 김수호, 나미나, 이시내의 작업은 특정한 공간에서 만나 영감과 기억, 사유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또한 이 과정이 전시를 통해 관람자의 내적 경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추희정(오픈스페이스 배 수석큐레이터)


사진 최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