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t Person



떠올랐어.
밤이 모여지고 비가 흐르는 날에
거센 숨을 몰아쉬면서 되돌아갔던 그 날들을
더 이상 흩뜨려 놓고 싶지 않아.
희미한 바람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어.
아득히 멀어져 간 바람 사이로 파헤쳐 가는 심정이야.
요새 나는 네가 날개를 펼친 이곳에 자주 머물러 있어.
여전히 여기는 악취가 진동하고
여전히 너는 날개를 펼치고 있어.
나도 모르게 너를 그리워하고 있었나 봐.

궁금했어.
내가 이곳에 자주 도착해 있는지를 말이야.
거친 바람을 맞아야 올 수 있는 이 길 위에 서성이는 내가 보여.
네가 나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는지 되뇌며 걷곤 해.
너는 까마득히 어린 나를 붙잡아 죽음앞에 세웠어.
어린 두 눈은 초점을 맞추기도 전에 애써 피했었지만
죽음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었나봐.
주위에는 온통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이곳에서
노오란 날개를 펼치고 잠들어 있는 네가 보여.
어둠이 짙게 깔릴 무렵, 가장 따뜻한 곳에 있어야 할
너의 작고 얇은 주머니가 차디찬 공기와 맞닿아
말라비틀어지고 터져 사방의 악취들과 섞여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고 있어.
이젠 내 몸에도 그 악취가 배어 나오는 듯해.
그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게 
매일같이 박박 문질러 닦았는데도 말이야.
어쩌면 네가 나에게 주고 싶어 했던 게
이 냄새였던 걸까?


젖은 자, 작가노트 2018